Statement
花非花
A flower is not a flower
2021년 1월, 4월에 연이어 조부모상을 치뤘다. 유년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며 지낸 시간이 길었던 터라 큰 상실의 시간이었다.
장례가 끝나고 나는 도봉산 아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던 작은 집에 들어가 혼자 살게 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물건들과 내 물건이 섞여 있던 집은 나만이 살고 있던 집이 아닌 두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었고
여전히 내가 붙잡아둔 시간의 모양이 남아있었다.
그곳에서 사는 동안 매일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나면 집안 곳곳에 있는 흔적과 물건들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장례가 끝나고 나는 도봉산 아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던 작은 집에 들어가 혼자 살게 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물건들과 내 물건이 섞여 있던 집은 나만이 살고 있던 집이 아닌 두 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었고
여전히 내가 붙잡아둔 시간의 모양이 남아있었다.
그곳에서 사는 동안 매일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나면 집안 곳곳에 있는 흔적과 물건들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나는 그곳에 남아 비어버린 공간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거슬러 두 분의 남겨진 흔적들을 쫓으며 촬영했다.
할머니와 나의 흔적이 뒤엉켜 있던 이 집은 점점 내 흔적이 할머니의 흔적을 잠식해간다.
할머니와 나의 흔적이 뒤엉켜 있던 이 집은 점점 내 흔적이 할머니의 흔적을 잠식해간다.
꽃은 꽃이 아니고, 안개는 안개가 아니로다.
깊은 밤 찾아와, 날이 밝아 떠나간다찾아올 땐 봄날 꿈처럼 잠깐이건만
떠나갈 땐 아침 구름처럼 흔적도 없다.
화비화(花非花) - 백거이(白居易)
장례를 마치고 우연히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A Flower is not a Flower’의 곡을 들으며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추억하게 되었다.
추억을 떠올리게끔 하는 이 곡에 대한 궁금함에 찾아보니 중국의 시인 백거이의 시 ‘화비화(花非花)’를 모티브로 작곡한 곡이었다.
다른 시대. 다른 언어를 쓰는 두명의 시인과 작곡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글과 곡을 썼다.
다가가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이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또 다른 언어인 사진으로 ‘화비화(花非花)’를 기록한다.
추억을 떠올리게끔 하는 이 곡에 대한 궁금함에 찾아보니 중국의 시인 백거이의 시 ‘화비화(花非花)’를 모티브로 작곡한 곡이었다.
다른 시대. 다른 언어를 쓰는 두명의 시인과 작곡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글과 곡을 썼다.
다가가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이 이제 다시 만날 수 없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또 다른 언어인 사진으로 ‘화비화(花非花)’를 기록한다.
사랑했던 가족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고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 메모하고 사진을 촬영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며 산 사람으로
살아가는 남겨진 가족과 여전히 기능을 하는 물건들을 기록하며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과 허무를 마주한다.
이 작업은 나와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살아가는 남겨진 가족과 여전히 기능을 하는 물건들을 기록하며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과 허무를 마주한다.
이 작업은 나와 가족의 사적인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花非花 A flower is not a flower
In January and April 2021, I experienced consecutive losses of my grandparents. Since I had spent a long time living with my grandmother during my childhood, it was a time of profound loss.
After the funerals, I moved into the small house beneath Dobong Mountain where my grandmother and grandfather had lived. The house, filled with their belongings mixed with mine, was not just my own anymore but a space where two generations coexisted, and traces of time I held onto remained visible.
While living there, every morning when I woke up, the traces and items scattered throughout the house seemed to speak to me.
I stayed there and photographed the traces left behind, searching for the time I couldn't spend with my grandmother and grandfather. The house where traces of my grandmother and I intertwined gradually saw my traces overtaking hers.
A Flowers are not merely flowers, and mist is not just mist.
Coming deep into the night, leaving as the day brightens, fleeting like a dream of spring when it arrives.
When it departs, like morning clouds, there's no trace left.
“A Flower is not a Flower” - 白居易
After the funeral, I listened to Ryuichi Sakamoto's “A Flower is not a Flower” which led me to reminisce about my grandparents. Curious about the inspiration behind this evocative piece, I discovered it was composed based on the poem “A Flower is not a Flower” by the Chinese poet 白居易
In different eras and languages, a poet and a composer recalled their loved ones as they wrote their verses and composed their music.
Like a mirage that disappears when approached, I now record “A Flower is not a Flower” through photographs, in another language, for my grandparents who I can no longer meet.
花非花 A flower is not a flower
2021年1月、4月に相次いで祖父と祖母がなくなった。 幼い頃から、祖母と一緒にした時間が長かったため、喪失の時間が深かくて長かった。
葬儀が終わって私は道峰山の下にある祖母と祖父が住んでいた小さな家に入って一人暮らしをすることになった。
祖母、祖父の物と私の物が混ざっているこの家は、現在私だけが住んでいる家ではなく二世代が共存する空間であり、相変わらず私がつかまえておいた時間の形が残っている。
毎朝目が覚めると、家のあちこちにある痕跡と物が私に話しかける。
私はここに残って空いてしまった空間で祖母、祖父と一緒にできなかった時間をさかのぼって二人の残された痕跡を追いかけながら撮影する。
おばあさんと私の跡が絡まっているこの家で、だんだん私の跡がおばあさんの跡を蚕食していく。
葬儀を終えて偶然作曲家坂本龍一の「A flower is not a flower」の曲を聞きながら祖母と祖父を思い出すことになった。
思い出を思い出させるこの曲に対する好奇心から探してみると、中国の詩人ペク·ゴイの詩「花秘画」をモチーフに作曲した曲だった。
別の時代。 異なる言語を使う2人の詩人と作曲家は、愛する人々を思い浮かべながら文と曲を書いた。
近づくと消える蜃気楼のように、もう二度と会えない祖母と祖父をまた別の言語である写真で「花秘話」を記録する。
愛した家族の記憶が次第に薄れ消える前に捕まえてメモしてカメラで撮影する。 祖父と祖母の死を迎え、生きた人として生きていく残された家族と依然として機能する物を記録し、薄情に流れる時間の流れと虚しさに向き合う。
この作業は私と家族の私的な話でありながら、同時に私たちの祖母、祖父の話だ。
